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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걸로 살아요
급시우
2022-07-17 19:19:58

이걸로 살아요

 

영화<카모메 식당>의 원작자 무레 요코,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등이 있다. 이 책<이걸로 살아요>에서도 신변잡기를 다룬 21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전기밥솥보다는 냄비 밥짓기, 만년필과 지우개에 관한 추억을 담은 전통적인 필기구, 파자마(잠옷)를 고를 때, 신문지, 쓰레기 봉투 우리 주변에 널려진 쓰레기, 플라스틱을 끊고 싶다. 부담없이 뜰 수 있는 양말, 평소에 쓰는 식기, 옷차림의 미학, 북커버 씌우기 등...

 

 


 

 

지은이 무레 요코는 이 책에서도 여전히 신변잡기, 일상생활을 잔잔하게 그리고 세세하게 들여다 보고 톺아보면서 유머러스하게 엮어낸다. 늘 파리날리던 카모메 식당,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 책 또한 한편의 영화처럼... 섬세한 글쓰기로 마법처럼 눈 앞에 책 속 장면이 그려진다.

 

무레 요코에게 ‘일상’은 글쓰기의 중요한 소재다. 집 안 모든 것들에게 켜켜이 쌓인 추억, 하나씩 둘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친다. 우리가 기억하는 어릴 적 놋쇠그릇에 밥을 콱콱 눌러주던 밥그릇, 헤어진 옷, 오래 전에 거둬들인 고양이, 에어컨 보다는 제습기, 이메일보다는 손편지, 메모리 폼보다는 에네탄 베개, 우리의 일상을 점령해 들어온 기술발달의 흔적들, 편의 지향이 반드시 삶을 윤택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취향, 이는 단순한 소비의 궤적이 아니라 세계관이다. 무레 요코의 취향은 독특한가, 그렇지도 않다. 다만, 우리가 유행을 좇고, 조금은 있어 보이는 무언가에 집착, 그것이 잘 사는 것인양하는 어찌보면 천박함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글쓰기는 마법이라 부르련다. 아무런 느낌도 없던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 듯한 느낌이다. 어느날 눈을 떠보니 침대가 말을 하고, 변기가 불만을 토로하는 무생물이 생물이 됐다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양지운의<무생물이야기>(팩토리나인,2022)처럼...

 

이야기의 한 대목으로 들어가 보자.

 

모기를 쫓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모기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줄무늬가 약간 있다 해도 전혀 귀엽지 않다.” “왜애애앵 하는 그 싫은 소리가 들려온다,아휴 왔구나, 짜증이 치밀어 자면서 대비를 하고 있으면 그 왜애애앵은 점점 커지고 날아다니며 내 안면에서 물 자리를 물색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으윽, 손발을 휘적휘적 버둥거리면 적도 깜짝 놀라는지 소리가 끊기지만, 또 조그만 지나면 그 왜애애앵이 들려오는 형국이다.” 눈 앞에 그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렇게 재미있게 묘사한다. 아마도 이게 마법의 글쓰기 인듯하다.

 

이 책은 여름 휴가 때 시원한 그늘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느긋하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읽는 이의 일상으로 들어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는 길라잡이가 되어 줄 듯하다. 무레 요코의 경험은 이랬나 보네... 나는 그렇지 않았는데, 아, 이런 게 있었구나. 옛날에는 그러기도 했지...

 

무레 요코와 함께 떠나는 소소한 일상에 얽힌 추억 여행, 그중에 두 번이나 언급됐던 쓰레기를 줄이자는 이야기도 참 설득력있게 들린다. 현대백화점의 어떤 점포의 VIP는 자원순환과 에코백을 들고다니는 사람들이라니... 많이 팔아주고 쓰레기를 마구 만들어 내는 사람보다는, 쓰레기 줄이기를 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곳이라니(지구인의 반성, 강이슬, 이담북스, 2022)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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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 더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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