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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데이비드 장-인생의 맛 모모푸쿠
버니
2021-10-25 23:46:03

정말이지 나는,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vs

 

뉴욕을 사로잡은 스타 셰프
<타임>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
그가 말하면 요식업계가 귀를 기울인다.

 


식도락의 도시 뉴욕!
그리고 뉴욕을 사로잡은 스타 셰프 데이비드 장!!
타인이 평가하는 그와, 스스로 평가하는 그의 모습이 이렇듯 상반되는 이유는 뭘까?
'모모푸쿠 누들바'를 시작으로 시작된 그의 셰프 인생을 '인생의 맛 모모푸쿠'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처음 접한 책의 느낌은 오렌지 빛깔의 탐스러운 복숭아 일러스트와 브라운 톤의 전체적인 색감이 조화를 이뤄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표지 중간중간 나무 무늬를 입힌 중간 표지도, 표지에 그려진 복숭아 이미지로 단락단락을 구분 짓는 것도 귀여웠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각주를 오렌지색의 동그라미로 표기한 걸 보고 아기자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프롤로그를 통해 밝혔듯이 이 책은 데이비드 장의 자서전이며 회고록이다. 약 20여 년 동안 셰프로서 살아온 그의 거칠고 뼈아픈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반적인 자서전이나 회고록과는 달리 매끄러운 글귀로 다듬어져 있거나 밝은 분위기의 내용은 아니다. 그가 사전에 안내한 대로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있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다소 타인이 내용을 이해하기에 헷갈릴 수 있는 요소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요리하고 삶을 살아냈던, 여러 불완전하고 거칠었던 그의 인생역전 이야기는 어쩌면 그래서 더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으로 이민 간 한인 2세대인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리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 같진 않다. 이는 어린 시절의 찻잎점의 내용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한데 그래서인지 양극성 성격장애를 오랫동안 앓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인종차별, 마약, 조울증, 알코올 중독 등 정말 각종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달고 살며 버텨냈는데 그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그의 분노와 고통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분노와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히고 또 부딪히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그의 삶 모든 순간에는 '죽고 싶다'라는 생각과 더불어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상인이 되고 싶다'라는 이중 법적인 생각의 끝에서 오로지 일에 매달리며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몸이 아파도, 죽을 것처럼 힘든 순간에도 오로지 일에 매달리며 병에서 생기는 에너지마저도 일하는데 썼다.

 

일이 곧 그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상황에서 그 어디에도 낄 수 없었던 그는 어릴 적부터 '모모푸쿠'를 열기 전까지도 수많은 인종차별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의 모습으로 지냈던 것 같다. 이는 몇몇 글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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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내가 제안한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정말 눈부신 외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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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은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족들에게조차 안정감을 가지지 못한 그가 어쩌면 조증(최고)과 울증(최저)의 감정 기복을 다스리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마약과 알코올 중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를 지속해오고 있지만 약물에 따라 반응하는 심신의 정도가 다르고 또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죽고 싶다'라는 생각과 싸워온 그 자신과의 사투는 그래서 어딘가에 몰입할 수 있는 일 중독 형태로 나타났는지도 모르겠다.

 

식당에서 일한 경험은 있지만 전문가는 아니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적 약자였던 그는 '어차피 망할 거 하고 싶은 대로 해보기나 하고 망하자'라는 생각으로 2000년 초반, 이스트 빌리지 1번가 163번지에 드디어 '모모푸쿠 누들바'를 처음 열게 된다.

 

그리고 그의 기적과 같은 일들이 시작된다.

 


사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술술 풀렸던 것은 아니다. 단순히 요리를 하고 메뉴를 만드는 과정 외에도 부가적인 문제들(이를테면 하수구가 막히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서비스 문제, 기타 다양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이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면서 점차 누들바, 쌈바, 코, 세이보, 메이저도모, 푸쿠, 니시 등등 하나씩 확장되어 간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무식한 방법이지만 생기는 문제는 그때그때 해결해가면서, 그리고 때론 믿기 힘든 행운의 연속으로 7전 8기 정신으로 도전한 그의 레스토랑은 그렇게 놀라운 문화와 새로운 형태의 뉴욕 요식업계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자살의 유혹을 느끼면서도 그는 살고자 일하고 살고자 고민했다. 어쩌면 끊임없이 분노하고, 소리 지르고, 화를 내면서 터트렸던 울분들이 그의 요리에 창의력과 숨을 불어넣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스스로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항상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약자의 입장이었기에 실패에도 좌절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겸허히 받아들이고 또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기지를 발휘할 수 있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그의 투박한 외모만큼이나 자서전 역시도 두서없고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래서 그 자체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그런 상황에서 방송 출연과 새로운 콘텐츠 개발(앱과 매거진 '럭키피치')등 다방면에 참여하고 진행할 수 있었을까 내심 그의 에너지가 남다르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의 건강에 대해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상담과 노력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들에 두 손 모아 함께 응원을 하게 된다. 건강뿐만이 아니라 철부지 같던, 다듬어지지 않았던 데이비드 장이라는 한 사람의 성장담을 지켜보는 것 같아 내심 뿌듯한 마음도 든다.

 

그래서 타인의 평가와 다르게 그가 자신을 낮춰서 이야기했던 이야기가, 마법 같은 리얼리즘처럼 보인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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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모든 게 깔끔하게 잘 맞아떨어져서 거짓말처럼 들린다.
마법 같은 리얼리즘처럼 보인다.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혹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우주급의 리얼리티 쇼에 사는 건지 법석을 떨며 물어보았다. 
내가 겪었던 믿기 힘든 행운의 연속은 그래야 말이 된다.

(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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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던 그가 불가능한 일에 부딪히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성장해가는 그의 성장담은 그래서 셰프 이야기 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처절한 사투로 더 들여다보게 된다. 가감 없이 약점을 드러내고 또 잃을 것 없다는 듯 용감하게 용기를 내어 맞서고 확신 있게 밀어붙이는 대담성까지!

 

움츠리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이런 그의 이야기가 위안과 위로, 치유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

책을 읽으면서 '누들바의 철학'이라고 기록해둔 내용이 꼭 셰프로서가 아니더라도 다방면으로 익히고 새겨두면 좋을 것 같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아무도 쥐뿔도 모르니 하고 싶은 걸 시도해라
>모든 것으로부터 배워라
>식당이 교실이다
>생각을 멈추고 눈에 들어오는 걸 포용하자
>세계를 아우르자

 


*****

그리고 '마셜의 코칭 내용'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같이 남겨본다.


"똥을 먹어야 합니다"

똥 먹기란 귀 기울이기를 의미했다. 똥 먹기란 나의 실수와 결함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똥 먹기란 나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갈등을 대면하는 것을 의미했다. 똥 먹기란 누군가 나에게 말할 때 스마트폰을 치워놓는 것을 의미했다. 똥 먹기란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것을 의미했다. 똥 먹기란 감사하는 마음을 의미했다. 똥 먹기란 타인이 내 기대만큼 해내지 못하더라도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의미했다. 똥 먹기란 나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을 의미했다.

(255~256페이지 中)

 


*****

인간적으로 가장 가슴이 아팠던 말...

나는 그저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상인이 되고 싶었다.
(...)
나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약-불법, 합법으로 구한 모든 것-이 좋았다.

(262~263페이지 中)

 


*****

일본어로 <행운의 복숭아>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모모푸쿠를 개업하면서 그의 삶은 수많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르내렸다.

이름이 뜻하는 바처럼 행운처럼 다가와 준 모모푸쿠는 이제 그에게 스타 셰프로서의 명성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그레이스와 휴고를 만나게 되면서 한층 성숙한 면모도 갖추게 되었다. 

 

주방 가부장제의 상징과도 같았던 '데이비드 장'

불도저처럼 그저 밀어붙이기만 했던 그에게 이제는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응어리처럼 남아있던 어릴 적 아버지와의 일도,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도 그의 마음의 성숙에서 오는 결과물임은 틀림없으리라.

 

반듯하지 않고, 어딘가 모나고 조금 모자라 보여서 더 인간적이었던 데이비드 장.

그가 몸으로 익힌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한 서른세 가지 규칙'을 마지막으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꼭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데 적용하면 좋을 '인생의 규칙'이라고 받아들여주면 좋을 것 같다.

 

1. 요리는 셰프의 전부가 아니다.
2. 요리학교에 가지 마라.
3. 대신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라.
4. 세계를 가능한 한 넓게 많이 보라.
5. 어떻게든 원하는 일자리를 손에 넣어라.
6. 잘 챙겨 출근하자.
7. 모든 게 미장 플라스다.
8. 시간을 다르게 쓰는 버릇을 들여라.
9. 몸으로 배우자.
10. 맛있는 직원 식사를 만들자.
11. 어려운 길을 골라 가라.
12. 꼼수의 대가가 돼라.
13. 역설을 받아들여라.
14. 일을 잘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는 쉬어라.
15.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16. 매트릭스 세계의 작은 결함이 돼라.
17. 머릿속에서 지레짐작하지 마라.
18. 경계를 분명하게 정해주라.
19. 베끼되 훔치지 마라.
20. 숭배의 대상이 되어라.
21. 끔찍하고 지루한 일에 빠져라.
22. 돈을 들인 만큼 성과가 난다.
23. 적극적으로 자기 홍보를 하라.
       -일 처리를 투명하게 하라.
       -'비공개 전체'의 위력을 깨달아라.
       -일로 말하라.
       -글을 읽어라.
       -누가 영향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24.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라.
25. 자신의 약점을 파악한다.
26. 패스트푸드점의 지배인만큼 성질을 다스려라.
27. 이전의 성공을 내던져라.
28. 과거의 성공 비결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29. 모든 요리에서 단서를 포착하라.
30. 삶이 자연 다큐멘터리라면 셰프는 영양이다.
31. 소중한 것에 눈을 돌려라.
32. 동료 체계를 구축하자.
33. 거슬러 돌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아껴놓자.




인생의 맛 모모푸쿠
데이비드 장 /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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