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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샘 킨-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버니
2021-09-07 00:06:59

이토록 공기에 대해서 매력적으로 저술한 책이 또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과학자들의 몇몇 일화를 소개하는 글을 통해 '공기' 와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이 책이 너무 궁금했다. 학창 시절 그저 암기과목으로 꾸역꾸역 머릿속에 담았던 내용들이 어떤 식으로 엮여서 진행될지 왜 제목이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인지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공기'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그저 궁금함 가득 안고 첫 페이지를 펼쳤다.

 

결론을 우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매우 흥미로웠고 지구의 생성부터 미래의 모습까지를 3D 형태로 한편의 영상을 본 기분이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과거부터 급작스럽게 발전한 과학의 눈부신 성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경이로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으로 기억하고 있는 과학의 발견과 발전이 지구의 생성으로부터 되돌아보니 인류의 과학발전의 역사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암기를 위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각 시대의 분야별 과학자들과 역사학자들, 의사들의 이야기는 실제 사실에 기인한 스토리가 덧입혀져 때론 익살스러움으로, 때론 비극적으로 가늠할 수 없는 여러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럼에도 지구가 생성된 시기부터 하나하나 주요한 대기의 탄생과 발견, 그리고 각 대기들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미래에 이러한 지구의 대기를 모습을 통해 어떠한 준비들을 해야 하는지 등이 스토리의 중심이 무너지지 않은 상태로 전개되어 있는 것에 한 번 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책의 서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죽음과 그가 마지막에 내뱉은 숨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이 이렇게 방대하고, 디테일하며, 철두철미한 지구의 대기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발전할 줄 누가 가히 짐작이나 했을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쓴 샘킨 작가는 천재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숨 쉬는 공기에 대한 중요성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공기 중에 섞여있는 대기의 종류나 공기의 운동양상, 그리고 지구를 이루는 대기의 속성에 대해 우리는 사실 잘 알지 못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 물리, 화학 교과서 등을 통해 배운 시험을 위한 지식이 전부다. 그나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잊어버리고 사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 한 권을 통해 나는 지구과학, 물리, 화학, 역사, 의학, 생물,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에 대한 에피소드, 지구의 탄생과 더불어 미래의 대기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핵실험과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가전제품의 역사까지도 알게 되었다.

일반 도서의 약 2배가량의 분량이라 내용이 늘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 걱정은 접어둬도 될 만큼 박진감 넘치고 스릴 있는 전개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방대한 자료와 정보를 담고 있는 내용 기준으로 보았을 때 페이지 수가 여기에서 그쳤다는 것에 화들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특히 수많은 기체를 언급하면서도 각 에피소드와 엮은 구성면에서도 놀라웠지만, 작가의 말 뒤에 자리한 '노트' 와 '참고문헌' '찾아보기' 항목에서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의 강박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깔끔한 정리방식에 박수를 보낸다.(브라보!! 진심으로 감탄했다) 

 

독자가 원하는 단어로도 찾을 수 있고, 참고한 에피소드나 스토리에 부가적인 내용들을 '노트' 항목에서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책 중간중간 못다 한 이야기를 통해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으니 충분히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한 모금의 숨에 이토록 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니 진정 공기의 비밀은 무궁무진하고 거대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느 영상전시관 안에서 몇 시간 동안 지구의 역사와 미래에 관한 풀 스토리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황홀할 정도였는데, 익숙한 이름과 이야기도 있지만 숨겨진 이야기와 낯선 이름들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메모하면서 읽으면 더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메모하면서 하나씩 정리하니 조금 더 도움이 되었다)

 

 

지구의 탄생과 함께 언급된 첫 번째 대기 수소와 헬륨, 두 번째 대기 화산에서 분출된 기체성분, 세 번째 대기 질소와 암모니아, 네 번째 대기 산소(=선동가), 다섯 번째 대기 웃음 가스라 부르는 일산화이질소 등등 이 기체들을 발견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수많은 노력과 에피소드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그 밖에도 해리 트루먼이 사랑한 세인트 헬레스 산에서의 화산 폭발 사건과 더불어 베수비오산에 관련된 이야기, 하버와 아인슈타인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질소를 이용한 암모니아 생산방법을 최초 개발함으로 인해서 수백만 명 이상을 기아에서 구한 하버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현재까지의 식량공급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업적에도 불구하고 하버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되었던 염소가스의 개발로 인해 국제 전범으로 기소되며 아내는 자살하는 일을 겪으며 결국 말년을 어떻게 보내게 되는지 한 과학자의 연구가 보여준 명암을 동시에 확인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병렬로 진행시키는 조립라인 접근법을 도입한 보슈와 히틀러의 만남에 대한 에피소드도 만나볼 수 있으며, 공기에 대해 제대로 정리한 17세기 초 의사이자 연금술사인 얀 밥티스타 판 헬몬트와 공기의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성질을 연구한 아일랜드 과학자 로버트 보일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최초의 지우개 발명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산소 농도 증가에 따른 인류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 각 시대별 의복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전기의 힘을 이용해 화학원소 6종(나트륨/칼륨/바륨/마그네슘/칼슘/스트론튬)을 분리하는데 성공한 험프리 데이비의 스토리와 마취 효과를 일으키는 일산화이질소, 에테르에 관련된 에피소드로 미국의 치과의사 호러스 웰스와 사기꾼 윌리엄 모턴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으며 최초로 에테르를 이용한 수술을 진행한 외과의 존 워런 박사의 이야기 외에도 출산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클로로포름 발명에 힘쓴 산과의사 제임스 심프슨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체인 방귀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도 만나볼 수 있는데 방귀광이라는 뜻의 르 페토만의 스토리에서 함께 할 수 있다. 

 

수많은 기체 연구와 다방면의 연구에 어찌 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요 지식인 클럽인 '루나협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조지프 프리스틀리, 윌리엄 허셜, 이래즈머스 다윈도 이 협회 회원으로 추후에 루나협회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영국의 산업혁명에 큰 기여를 했으며 증기기관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제임스 와트의 이야기와 더불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이야기와 노벨상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노벨문학상은 노벨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꿈을 보상하기 위해 만들었으며 노벨상의 탄생에는 죽어가던 남자가 자신의 명성을 세탁하기 위한 시도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노벨상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과는 그 갭이 제법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소망을 이루게 해준 비행 이야기가 란제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와 세계 최초의 열기구의 발명에 대한 스토리, 비활성화 기체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게으른 이란 뜻의 아르곤/헬륨/숨겨진것이란 뜻의 크립톤, 이상한 것이라는 뜻의 제논, 새로운이라는 뜻의 네온), 추후 주기율표에 들어갈 원소 라돈의 발견, 이외에도 하늘은 왜 파란지에 대한 해답의 발견과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가 만든 최초의 냉장고에 대한 이야기, 로렌즈의 카오스이론에 대한 이야기, 대기와 기상에 관한 이야기, UFO 추락 사건과 그 소문에 대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 대기를 타고 전달되는 소리에 대한 여러 사실과 오존,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개미나 플랑크톤을 이용해 탄소를 줄이기, 지구 주위의 궤도에 거대한 거울을 쏘아 올리기, 성층권에 이산화황 살포하기)와 같은 현재의 대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공기'라는 단어에 집약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 외에도 태양과 달, 여러 행성들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다양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이 책 한 권으로 역사와 인류애 대한 전방위적인 이야기를 모두 훑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단 한 번 들이쉬는 숨!
그 숨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경이로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아마 이 책을 읽은 모두가 공통으로 확인한 놀라운 발견일 것이다.

 

책을 읽기 전 무심코 지나쳤던 흔한 공기와 대기가 책을 읽은 후에는 그 자체가 역사이며 살아있는 과학이고,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앞으로의 대기는, 어떻게 변화할지 급진적으로 변화하는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다방면에 끼칠 영향력에 대해서도 내심 두려움과 궁금증이 밀려들었다.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샘 킨 /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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