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밀 자키(Jamil Zaki)는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로 공감, 친절, 관대함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공감은 지능이다>에서도 '우리는 친절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에필로그로 시작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인간의 공감과 친절을 강화하거나 약화하는 힘에 관한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세계를 왜곡하는 소설미디어와 공감을 증가시키는 가상현실 등 현시대를 고려한 대목들이 인상적이지만,
올해 4월에 출간한 거의 신책임에도 코로나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 살짝 아쉬움이 든다.
공감은 타고난 본성이 아닌 기술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뇌처럼 공감에도 유동성이 있다.
'고정주의'와 '유동주의'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해둔다면 뒷장을 읽을 때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
고정주의자: '그 사람이 얼마나 똑똑해?'
유동주의자: '그 사람이 얼마나 똑똑해질 수 있어?'
인류 역사 속에서 주로 지배력을 행사해온 건 고정주의자들이었다.
1915년 독일의 지구물리학자 베게너는 최초의 육지는 한 덩어리였다는 '대륙이동설'을 주장했으나
당시 대다수의 고정주의자들은 베게너의 말을 믿지 않았다.
베게너가 발견한 증거들은 이러했다.
º 대륙들이 조각거럼 서로 맞아떨어진다
º 아프리카 평원은 고대 빙하에 긁힌 흉터로 뒤덮여 있는데 아프리카가 항상 적도에 있었다면 이는 말이 안 된다
º 똑같은 종의 도마뱀이 칠레, 인도, 남극에도 퍼져 있는데 어떻게 그리 멀리까지 옮겨갔겠는가
유동주의자는 미래를 바라보며 무한한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반면 고정주의자는 어떠한 본성, 기질은 항상 일정하며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공감의 정도가 낮고 그 범위가 좁다.
만일 이 세상에 고정주의자들 밖에 없다면 여전히 지구는 평평하고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경험이 공감의 정도를 결정한다
대표적으로 '여행'은 선입견, 극단적 편견, 편협함의 아주 좋은 해결책이다.
낯선 경험을 자주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는 것은 관점을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흑인 친구가 있는 사람은 인종차별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성소수자 존중에 관한 연설을 들은 사람은 트렌스젠더를 향한 혐오감이 줄어든다.
공감을 강화시키는 또 하나는 바로 '문학'이다.
1990년 영문학교수 밥 웩슬러와 지방법원 판사 밥 케인이 '범죄자들을 위한 독서모임' 실험을 진행했다.
형벌을 받고 있는 죄수들이 그들에게 판결을 내린 판사와 보호 감찰관과 문학에 관해 토론하는 모임이다.
선정된 도서는 <노인과 바다>처럼 위험과 상실, 속죄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로, 2주에 한 번씩 세미나실에서 진행했다.
그들은 책을 읽고 토론하며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형벌을 받는 와중까지도 느끼지 못했던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범죄자들에게 새로운 렌즈를 제공한 것이다.
문학이 재범률을 줄인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독서와 토론이 그들의 감정의 폭이 넓히는 것은 확실하다.
비문학을 읽은 사람들보다 문학을 읽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잘 알아맞힌다.
한 연구에서는 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을 문학적으로 그린 책을 읽은 사람들이
우울증의 폐해에 관한 과학적 설명을 읽은 사람들 보다 우울증 연구를 후원하는 단체에 기부할 확률이 높았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써 내려간 글 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어떠한 이야기로 접했을 때
우리의 공감이 더욱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책을 본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
나는 유동주의자인가 고정주의자인가?
나는 똑같은 일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이 개념을 알고 가장 먼저 생각난 인물은 '사르트르'다. 그가 한 말 중 '인간은 B(Birth)와 D(Death)사이에 있는 C(Choice)다' 라고 말이 떠올랐다. 인간은 탄생을 시작으로 죽음 직전까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는 말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다르고, 새로운 선택을 하면 할수록 변화해간다. 그런 의미에서 C에 선택(Choice)이 아닌 변화(Change)를 대입해보아도 같은 말처럼 느껴진다.
책을 본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
당신에게 '공감'이란 어떤 존재인가?
공감, 연민, 환대, 동정 등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들은 긍정적인 의미로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들이 세상에 넘쳐난다면 분명 따뜻하고 친절한 세상이 되겠지만, 가끔씩 그러한 세상을 위해서 공감 '해야 해' 식의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책에서도 공감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기는 '공감 피로'증상이 언급되기도 하였듯이, 뭐든 지나치면 좋은 것도 안 좋은 것처럼 느껴져버린다.
또한 모르는 사람의 고통보다 가까운 지인의 고통에 반응할 때 그 고통의 크기를 덜 쟤고 더 쉽게 공감적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이에 대해 공감은 때론 맹목적이고 반사 신경에 불과하다는 책의 표현에 고개를 끄덕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