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님

환영합니다

[초등독서_북도슨트] 그림책을 읽는 세 가지 방법 ② 소리 내어 읽기 (낭독)2023-02-09 13:25:27

안녕하세요. 주니어북살롱에서 친구들과 함께 그림책을 나누고 있는 이경현 선생님입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그림책을 읽는 세 가지 방법'에서 두 번째 시간, <낭독_소리 내어 읽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몇 해 전 EBS의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이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수업을 하면서 글자는 읽을 줄 알지만 의미는 모르는 아이들을 여럿 만났었기에 그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지요. 때마침 보게 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문해력 저하의 극복 방안으로 ‘읽기 교육’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이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죠.

 

 

“소리 내어 읽기는 초기 문해력 성장 단계에 있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좋고, 글 읽을 때 집중이 잘 안되는 어른들에게도 효과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소리 내어 읽는다면 함께 읽는 경험을 통해 정서적으로 교감이 될 뿐만 아니라 생각도 공유하게 된다. 거기서 바로 배움의 기회들이 열린다.” (EBS 당신의 문해력 中 조병영 교수 인터뷰)

 

그 당시 저는 오디오북 내레이터에 도전하기 위해 낭독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던 중이라 이 내용이 더욱더 와닿았습니다. 머리로 생각하며 눈으로 먼저 읽고, 입을 열어 소리 내어 읽고, 그 소리를 다시 내 귀로 들으면서 내 안에 스며드는 낭독의 효과를 몸소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과 그림책 수업을 할 때, 소리 내어 읽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낭독을 들어보면 글자만 읽고 있는 것인지,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읽는 것인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아이의 평소 언어습관과 성격도 낭독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발음은 어떤지,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빠른지, 어디에서 띄어 읽는지,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읽는지…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아이가 책 속에 얼마나 풍덩 빠져 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직접 소리 내어 읽어볼까요?

 

 

1. 오누이는 호랑이가 엄마인 줄 알았어요.

 

이번에는 띄어 읽는 부분에 ‘/’표시를 해보았습니다. 표시된 대로 띄어서 다시 한 번 읽어보세요.

 

2. 오누이는/ 호랑이가/ 엄마인 줄 알았어요.

 

다른 곳을 띄어서도 한 번 더 읽어볼까요?

 

3. 오누이는/ 호랑이가 엄마인 줄/ 알았어요.

 

한 문장을 총 세 번 낭독해 봤습니다. 세 번 읽으면서 어떠한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이 문장은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중에 한 부분입니다. 엄마를 잡아먹은 호랑이가 오누이의 엄마인 척 방문을 열어 달라는 대목이지요. 안타깝게도 어린 오누이는 엄마 옷을 입은 호랑이에게 속아 문을 열어주게 됩니다.

 

 

친구들에게 이 문장을 아무 정보 없이 1번처럼 그냥 읽어보라고 하면 대부분 띄어 읽기 없이 한 문장을 주르륵 한숨에 읽곤 합니다. 글자에만 집중해서 읽기 때문이지요. 글자를 막 떼기 시작한 저학년의 경우 더욱더 이러한 양상을 보입니다. 그럼 제가 2번처럼 띄어 읽어 줍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그 의미가 잘 드러나게 덩어리 지어서 바르게 띄어 읽어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덧붙여서 3번과 같이도 읽어줍니다. 그럼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두 문장의 의미 차이를 알아차립니다.

 

1. 오누이는 호랑이가 엄마인 줄 알았어요.

(띄어 읽기 없이 한숨에 주르륵 읽는 경우)
→ 의미 파악이 잘 안됨

 

2. 오누이는/ 호랑이가/ 엄마인 줄 알았어요.

(의미 덩어리대로 바르게 띄어 읽기를 한 경우)
→ 누가무엇을어떻게 했는지 의미가 잘 전달됨

 

3. 오누이는/ 호랑이가 엄마인 줄/ 알았어요

(문맥에 맞지 않은 띄어 읽기로 의미가 전혀 다르게 바뀌는 경우)
→ 오누이가 이미 호랑이가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가 됨

 

이렇게 제대로 잘 읽으면 그 글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두에 말한 대로 ‘읽기 교육’이 문해력 저하의 극복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겠지요. 

 

내 아이의 낭독에 귀 기울여보세요. 그리고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그러면 이해되지 않았던 문장이 하나하나 의미로 살아나 내 안에 들어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